대진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수학과
고등학생으로 사는 3년은 말 그대로 입시 지옥이라 할 만합니다. 저도 그 지옥 속에서, 공부를 잘 하기 위해, 대학을 잘 가기 위해 고민해왔습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니, 저는 스스로 그 나름의 답을 찾았고, 꽤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제가 생각하는 이 답을 말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주관적인 의견이니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닙니다.
전체적인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수학에 치중하고 있으니 수학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스스로 고민하라
문제가 조금 어렵다 싶으면 해설지를 보거나 학원 선생님께 질문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본 친구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공부는 시간낭비입니다. 이 방식은 공부법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가 지식을, 생각을, 풀이를 떠먹여 주기만을 원한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물론 처음 보는 문제는 막막합니다. 도움 없이는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풀이를 듣고 ‘이제 푸는 법을 알았으니 다음부턴 내가 풀어야지’ 라고 생각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이게 가장 편한 방법이고, 또 시간의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풀이 방식을 미리 알면, 확실히 이 문제를 푸는 법만큼은 알 수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건 당신의 착각입니다. 당신이 문제를 풀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풀이부터 듣고 문제를 나중에 풀면, 그 문제를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도 그 문제는 한 번도 풀지 않은 것이 됩니다. 첫 번째 풀 때는 학원 선생님이 풀었고, 그 다음부터는 내가 푼 것이 아니라 내 기억이 푼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자신에게 맞는 풀이가 따로 있습니다. 학원 선생님의 풀이를 들으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던 경험이나, 해설지를 보아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포기해 버렸던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은, 선생님의 풀이, 해답지의 풀이가 ‘나의 풀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나의 풀이’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 풀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그 풀이는 굉장히 간단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해설자와 당신은 엄연히 다른 사람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이 점을 간과한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것보다 풀이를 이해하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쏟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풀이인 ‘나의 풀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모르는 문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나면 먼저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최대한 노력했는데도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 해설을 보거나 선생님께 질문하십시오.
또 다른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너무 관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보는 문제를 스스로 풀어 보려 도전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다수가, 쉽게 포기하고 선생님께 질문을 하곤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이렇게 빨리 포기하는 학생이라면, 스스로를 돌아보십시오. 문제를 포기할 때는 정말 한계에 부딪쳤을 때입니다.
제가 말하고 있는 공부법은 확실히 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리고 본인의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데에도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하지만 공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합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그 유형의 문제’를 푸는 데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전반적인 문제 풀이나 사고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공부의 기반을 닦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를 스스로 풀면 풀수록, 문제 푸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그 많은 시간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투자할 시간이 없다면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2.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라
공부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걸 아는데 의지가 부족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공부가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 의지가 있어야만 공부를 하는 사람입니다. 의지로 공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누가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하겠습니까? 의지로 공부하는 것은 놀고 싶고, 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공부를 하는 것이기에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좀 웃긴 말입니다만, 해결책은 ‘의지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지우십시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습관적으로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아침에 이 닦는 것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를 닦는 데에는 ‘치아 건강 유지’라는 목적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이를 닦을 때에는 ‘이가 썩을 수 있으니 이를 닦아야지’라고 생각해서 이를 닦기보다,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이를 닦곤 합니다. 공부도 이렇게 습관으로 만든다면, 무의식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됩니다. 공부가 귀찮아서, 의지가 없어서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야자를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공부를 습관적으로 하는 연습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며,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터득하기에도 좋습니다. 적어도 주중에는 학원 시간을 제외하고 모두 야자로 채우는 것이 좋습니다. 야자 시간에 공부하는 습관만 들인다면, 공부 시간이 부족할 일은 없습니다. 주말엔 정말 조금만 공부해도 됩니다. 잠을 깎아가며 늦게까지 공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3. 수면시간을 확보하라
어쩌면 수면이 공부하는 데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요인일지 모릅니다. 결국 공부는 머리를 굴리는 일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머리가 안 굴러가고요. 그러니 수면 시간 확보는 정말 중요합니다.
수면시간 조절을 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는 시각입니다. 늦어도 12시, 12시 반에는 자는 것이 좋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대회나 수행평가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불가피하게 늦게 자는 날들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3학년만큼은 제때 자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필요한 수면 시간도 개인마다 다릅니다. 12시 반까지 잠에 드는 것은 권장하는 것이지, 잠을덜 자도 쌩쌩하다면 1시 반에 자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맞는 수면 시간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매일 12시에 잤는데도 피곤했습니다. 그래서 일요일마다, 오전 11시까지 늦잠을 잤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수면 시간을 주말에 채우는 것도 좋습니다. 주말엔 공부를 많이 하기보다, 공부는 조금만 하면서 학원을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의 피로를 씻어내도록 푹 쉬기도 하고요.
앞에서 말했듯 수행평가나 대회 등의 이유로 수면시간 조절에 차질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수면시간 조절에 실패해서 피곤하다면 공부할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자는 것이 맞습니다. 야자시간에 자도 좋습니다. 피곤해서 집중이 안 되면 자야지요. 머리가 안 굴러갈 때, 그것을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졸린 몸을 붙잡고 억지로 공부하는 것보다, 1시간 자고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이 좋습니다(선생님들이 깨워서 못 자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학교와 학원의 수업시간에는 자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야자 시간은 잠으로 소모한다고 해서 공부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느라 못 한 공부는 다른 야자시간에 하면 됩니다. 하지만 수업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학원의 경우 보충을 잡으면 된다지만, 이것 역시 공부 습관을 어긋나게 할 수 있으며 제 때 수업을 듣는 것과는 집중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학교 수업의 경우 더 큰 문제가 있는데, 생활기록부를 적어 주시는 분이 선생님들이라는 것입니다. 선생님께 태도가 불량한 학생으로 찍히면 정말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선생님들께는 항상 열심히 한다는 이미지를 심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피곤해도 잠을 꾹 참아야 합니다. 한 번 나쁜 태도를 보이면, 그동안 쌓은 신뢰가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졸린데도 불구하고 수업을 열심히 들으려는 태도를 보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기회로 삼으십시오.
물론 졸리지 않도록 충분히 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4. 문제를 암기하지 마라
간혹 문제를 유형화해서 풀이 방법을 외우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결국 수능은 답만 잘 내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공부한다면, 그런 공부도 나쁠 것은 없습니다. 유형별로 문제를 풀면 확실히 빠르게 문제를 잘 풀 순 있을 것입니다.
이 공부법이 문제가 되는 순간은, 소위 ‘킬러’ 문제를 풀 때입니다(킬러 문제를 제외하고 다 맞는 것이 목표인 학생이라면 그냥 외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킬러 문제의 경우, 문제가 적어서 유형별로 나누기 힘듭니다. 그리고 설령 지금까지의 킬러 문제도 유형화한다 해도, 평가원에서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낸다면 유형별로 푸는 학생들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킬러 문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해진 유형 내에서 문제가 나옵니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했듯 스스로 고민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암기하지 마십시오. 이미 풀어 본 문제를 풀 때에도, 새로운 풀이 방식이 없는지 생각하고 최대한 기억에 의존하지 마십시오. 어떤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나의 풀이’가 많을수록,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접근하기 더 쉬워질 것입니다.
5. 기출문제로 감을 잡아라
수능 전 1주동안은 매일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오전에는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를 수능 시간표대로 풀었습니다.
오후에는 수능 기출문제집을 풀었습니다.
그 때쯤 되면 기출문제들은 다 아는 문제일 것입니다(수능 날에는 처음 보는 문제들을 풀기 때문에, 전년도 수능 기출 정도는 미리 풀지 않고 남겨 두었다가 수능 1주 전에 처음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는 답을 대강 알 것이고, 당연히 문제 푸는 시간도 훨씬 적게 듭니다. 그러니 시간을 조금 빠듯하게 잡으면 점심 먹기 전까지 국어부터 탐구를 모두 끝낼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기출문제에 대한 감을 익히는 데에도 좋지만, 시간을 줄이는 연습도 될 것입니다.
오후에는 기출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사실 안 풀어도 됩니다. 다 아는 문제들이고, 여러 번 반복해서 보다 보니 답까지 기억날 정도입니다. 하지만 수능에 나오지도 않을 사설 모의고사를 보느니 기출을 한 번 더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으니 이거라도 푼다’ 라는 심정이었습니다.
이렇게 기출로만 공부하다 보니 수능이 임박해서는 공부할 시간이 남았습니다(기출문제를 풀다 보면 생각보다 문제 수가 적습니다). 수능 전날에는 빈둥대며 하루를 그냥 보냈습니다. 그 날은 공부보다 컨디션 조절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출 위주로 공부하다 보니 수능에 대한 감을 익혔고, 또 전날에도 편하게 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능도 꽤 괜찮게 본 것 같습니다.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건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을 잡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냥 평소 하던 대로 문제만 풀면 됩니다.
